36. 너의 캔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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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양이와 나
36. 너의 캔디는
화이트데이다. 연인들이 사탕을 전달하며 사랑을 표현한다는 날이다. 남편이 불필요한 ‘데이(day)’ 챙기는 것을 장삿속 채워주는 일이라며 극혐하는 탓에 사탕 받을 요량이 없다. 그래도 간만에 화이트데이를 챙겨보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특별한 것을 준비했다. 집사들이 일상으로 치우는 그것, 바로 X를 모두 '캔디'라는 단어로 변환해보았다. 달달한 사탕 하나 물고 읽어주시길. 후후.
유기농 캔디의 힘
지난번 언급했듯 꺄올이가 한동안 많이 아팠다. 저렴이 사료만 사 먹여 간에 부담이 된 것 같다는 의사 말에 사료를 모 유기농 제품으로 바꾸었다. 지출이 부담되었지만 뭐 우리가 좀 덜 쓰고 애들 건강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꺄올이와 예림이는 질 좋은 사료를 맛보자 허겁지겁 삼키기 바빴다. 그러나 마냥 흐뭇하게 지켜보는 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데 어디선가 꼬릿한 아니 꼬릿한 정도가 아니다. 그 향의 날카로움에 찔려 코피라도 터질 것 같달까. 엄청난 냄새가 내 코에 강펀치를 날렸다. 놀라서 고양이 화장실을 들춰보니 갓 생산된 따끈따끈한 캔디가 있었다. 그 캔디는 기존의 캔디에 비해 컬러가 진하고 향이 매우 깊었다. 그날뿐이 아니었다. 기존 사료를 먹을 때는 화장실 근처가 아니면 그렇게까지 향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녀석들이 캔디를 생산하면 집안 어디에서든, 코가 있다면 알 수 있었다. 유기농 캔디는 그토록 존재감이 강했다.
덮어주지 않겠니
온 집에 고약한 향이 나는 이유는 비단 사료만이 아니었다. 문제는 꺄올이가 가끔 캔디를 모래로 덮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랑 사는 게 너무 안전하게 느껴지는 건지, 예림이와 같은 화장실을 쓰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인지 확실치 않지만. 종종 꺄올이는 상대가 생산한 캔디 위에 떡하니 자신의 캔디를 올려두었다. 자신의 캔디에 수줍음을 보이지 않는 나의 시고양이. 아아 이 녀석에게서는 캔디장인으로서의 어떤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물론 집사들의 잘못도 있었다. 집사가 바로 바로 그들의 캔디를 수거해주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생산된 캔디는 쌓이기 마련이다. 생산된 제품을 아침저녁으로 옮겨주는 것이 생산 환경 쾌적화에 매우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나저나 이번화를 쓰며 틀어 놓은 음악들이 이제 슬슬 불쾌해지려 한다. 내귀에 캔디. 꿀처럼 달콤해. 니 목소리로 부드럽게... 아냐 그것이 노래를 해주면 안되지. 부드러워도 안되지.

해피 화이트데이. 후후.
글·사진 이현 (https://www.instagram.com/babyplay51)
198X년 서울 출생. K대학 심리학과. 언론학과 졸업. 영상프로덕션을 잠시 거쳐 외국계 홍보대행사에서 수년 간 일하다 퇴사 후 현재 E대학에서 석사과정 중. 집사경력 11년 차이나 고양이와 친해진 건 처음이라는 것은 비밀.
문의 cat@catxca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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