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박스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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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둘아기하나
36. 박스쟁탈전
고양이들에게 쉼터인 박스가 아기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는 모양인데. 조심하지 않으면 아기에게 뺏기겠는걸.
탑승감 좋다
택배가 왔다. 많은 집사들이 그러하듯 우리 역시 가끔씩 택배 박스를 바로 버리지 않고 한동안 고양이들의 요람으로 쓰이도록 놓아둔다. 우리 집 녀석들은 박스에 관해서 좀 희한한 심보가 있는데, 큰 사이즈의 여유로운 박스를 주면 한 마리씩 번갈아 가며 들어가 있고 좀 작다 싶은 박스를 주면 어떻게든 둘이 함께 들어가려고 안달이다. 거 참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도 아니고, 무슨 심보인지…. 마침 이번에 온 택배가 딱 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가서 낑겨있기 좋은 사이즈이길래 남겨놓고 고양이들이 발견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박스를 본 꿀이가 다다닷 달려와 관심을 가진다.

“한번 들어가 볼래?”
“네~~”

박스에 들어앉아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던 꿀이가 신나게 외쳤다.

“어? 우주선!!”

요새 비행기, 우주선에 한창 매료되어있는 꿀이의 눈에는 박스가 우주선으로 비춰졌나 보다. 하핫. 박스를 잡고 들썩이며 움직여주라는 꿀이의 요청에 입으로 “슈웅” 효과음을 내며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 중! 앗,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데….
구석에서 다마가 지켜보고 있었다.
다마와 눈이 마주친 나는 어쩐지 뻘쭘. 박스에 들어가고 싶었던 다마. 가까이 와서 보더니 누울 자리가 없자 그냥 포기하고 지나치려는데, 꿀이가 불러 세운다.

“아옹, 우주선 타~”

골똘히 생각하더니 큰 결심을 한 꿀이.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얼씨구나 좋다~ 나름 들어간 다마. 그런데 어째 박스 안이 편하지가 않다? 신나게 조잘대며 우주선 놀이를 계속 하는 꿀이. 아까 내가 해준 것처럼 박스를 끌어보려고도 하고, 뚜껑을 닫기도 하며 놀이에 심취했다. 다마는 나를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누나 쟤 좀 어떻게 해봐.’
글·사진·그림 Leejee ( https://instagram.com/Leejee13 )
베테랑 괭집사, 초보 워킹맘.
문의 cat@catxca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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